한국 금융시장 동향 — 2026년 9월 2일(수)

한 줄 요약

미·이란 무력충돌 재격화로 유가와 글로벌 금리가 동반 급등하면서 코스피가 4% 가까이 무너졌지만, 원화는 오히려 소폭 강세를 지켰다.

시장 현황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3.08포인트(3.99%) 급락한 6,562.72에 마감했다. 3거래일 만의 하락 전환이자 지난달 말 반등 시도를 한 번에 되돌린 낙폭이다. 코스닥은 17.27포인트(2.10%) 내린 803.98로 800선 턱밑까지 밀렸다.

수급이 일방적이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1조9,093억원, 기관이 2조433억원을 순매도해 하루 4조원이 넘는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개인 홀로 이를 받아냈다. 코스닥에서는 반대로 기관만 2,320억원을 팔고 외국인(617억원)과 개인(1,727억원)이 매수 우위였다. 지수 급락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대형주로, 삼성전자는 전일 종가 26만1,000원에서 장중 25만4,000원선까지, SK하이닉스는 169만3,000원에서 164만원대까지 밀렸다.

채권시장이 더 시끄러웠다. 국고채 3년물은 5.2bp 오른 연 3.930%, 10년물은 4.7bp 오른 연 4.418%로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은 전날 하루에만 10.0bp 급등한 데 이어 3.0bp 더 올라 연 4.657%로 마감했다. 3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3.258%에서 8개월여 만에 139.9bp 뛰었다. 신용 스프레드도 함께 벌어져 AA- 등급 회사채 3년물은 연 4.600%(연초 대비 +112.4bp), BBB- 3년물은 연 10.406%까지 올랐다.

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원 내린 1,368.7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60~1,370원대에서 공방이 이어졌지만, 주식시장이 4% 무너진 날 원화가 오히려 강세로 마감했다는 사실이 이날의 가장 이례적인 대목이다.

배경

미국이 이란혁명수비대 관련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이어가고 이란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전면적 충돌 국면으로 들어섰다. 국제유가는 5% 안팎 급등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재부각되며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됐다.

문제는 이 충격이 단순한 위험회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번졌고, 미국·일본·영국·독일 장기 국채 금리가 동시에 튀어 올랐다. 지난주 잭슨홀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직후라 시장은 9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국고채 30년물 입찰 수급 부담과 내년도 발행 규모에 대한 경계감이 장기물 금리를 추가로 밀어 올렸다.

인사이트

이날 시장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한국이 주식을 내주고 환율을 지켰다”는 것이다. 통상 외국인이 하루 2조원을 순매도하는 날 원화는 함께 약세를 보인다. 그런데 이날은 반대였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3%까지 끌어올린 데 더해 시장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원화가 자산가격 하락과 무관하게 금리차만으로 방어된 것이다. 8월 말 원화가 13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절상됐던 흐름이 유가 충격 앞에서도 유지됐다는 점은, 통화 방어라는 관점에서는 성공이지만 자본시장 입장에서는 비용을 주식과 채권이 대신 치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주목할 것은 커브의 모양이다. 기준금리가 3%인데 국고채 3년물이 3.930%, 10년물이 4.418%, 30년물이 4.657%다. 단기물이 이미 90bp 이상의 추가 인상을 반영하고 있고, 장기 구간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벌어져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 경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 — 즉 인플레이션 프리미엄과 재정 프리미엄 — 이 장기물에 얹히고 있다는 신호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모두 국내 통화정책 경계는 완화됐지만 해외 금리 부담 때문에 국고채 금리가 크게 내려올 여건은 아니라고 봤는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은이 무엇을 하든 장기금리는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실물로 전이되는 경로다. AA- 회사채 금리가 연초 대비 112bp 오른 4.6%, BBB-는 10.4%다. 우량 기업조차 조달 비용이 1%포인트 이상 뛴 상황에서 채권 가격 하락으로 기관 투자자의 소화 여력마저 줄었다. 하반기 회사채 차환 물량을 앞둔 기업과 국고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정부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구축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은 신용등급 하단이다. 지수의 4% 하락보다 이 스프레드 확대가 중기적으로 더 무거운 변수다.

앞으로 주목할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9월 FOMC의 소수의견과 점도표 변화다. 연준이 실제 인상에 나서면 한은의 인상폭도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부담스러운 국내 금리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린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봉쇄 여부다. 한국은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구조여서 유가 90달러 정착은 교역조건 악화를 통해 경상수지와 기업 마진을 동시에 압박한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버텨온 올해의 성장 기여가 상쇄될 수 있다. 셋째, 외국인 수급의 방향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팔고 코스닥에서는 소폭 사들였는데, 이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대형주 익스포저 축소이지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한 이탈은 아직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구분이 유지되는지가 반등 시점을 가늠하는 실질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출처

사진: Loïc Manegarium /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