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엔비디아가 준 상승분의 절반을 금통위가 가져갔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건은 기준금리를 3%로 올린 날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시장 현황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4.16포인트(1.53%) 오른 6,912.37로 마감했다. 개장은 187.91포인트(2.76%) 상승한 6,996.12로 7,000선을 눈앞에 뒀으나, 오전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되면서 상승 폭이 절반가량 깎였다. 코스닥은 10.78포인트(1.30%) 오른 837.65로 마쳤다. 코스닥은 0.19% 상승 출발한 뒤 금리 인상 발표 직후 하락 전환했다가 오후 들어 다시 올라섰다.
수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456억원, 기관은 1,81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매수 우위로 돌아선 것은 5거래일 만이다.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6조241억원을 순매도했던 흐름이 일단 끊겼다. 반면 개인은 1조9,120억원을 순매도해 어제 2조2,468억원에 이어 이틀 연속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 891억원, 기관 620억원 순매수에 개인 1,492억원 순매도로 같은 구도가 반복됐다.
종목별로는 AI 반도체 관련주가 지수를 끌었다. 삼성전자가 1.72%, SK하이닉스가 2.49%, 삼성전기가 4.13% 올랐고 LG에너지솔루션 5.56%,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80%가 뒤를 받쳤다. 업종에서는 전기·전자 2.62%, 금속 2.30%, 제조 2.04%가 강세였던 반면 유통 -2.36%, 전기·가스 -2.05%, 음식료·담배 -1.56%, 보험 -1.07%로 내수와 배당·채권성 업종이 일제히 밀렸다. 개별 종목에서는 현대차 -2.45%, 삼성물산 -3.10%가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7명 중 6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2회 연속 인상은 2022년 11월·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며, 기준금리가 3%대로 복귀한 것은 2025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함께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은 2.6%에서 3.3%로, 내년은 2.1%에서 2.9%로 대폭 올랐다. 소비자물가 전망은 올해 2.7%·내년 2.3%로 유지됐지만 근원물가는 두 해 모두 2.5%로 상향됐다. 이번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이(상단 기준)는 1.0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채권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국고채 3년물은 6.1bp 내린 연 3.755%, 10년물은 5.0bp 내린 4.238%로 마감했고 2년물 -7.3bp, 5년물 -5.9bp, 20년물 -7.4bp까지 전 구간이 하락했다. 금통위 직후에는 3년물 금리가 8bp가량 급등했지만 통화정책방향문과 기자회견을 소화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 1,384.8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1,380원대에서 등락했다(마감 시각 기준 확정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배경
새벽에 발표된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이 아침 시장의 조건을 만들었다. 매출 962억달러로 시장 예상치 922억달러를 웃돌았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대비 117% 늘며 컨센서스 858억달러를 넘겼다. 2028 회계연도 매출이 약 70% 증가할 것이라는 가이던스까지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강세로 출발했다.
오전 11시대에 나온 금통위 결정이 이 흐름을 눌렀다. 신현송 총재는 “국내 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인상 근거로 들었다. 실제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6% 성장해 한은 전망치 0.2%의 세 배였고, 7월 근원물가는 2.6% 올라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부동산과 가계부채도 인상 결정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그런데 발표문의 세부는 결정보다 부드러웠다. 한은은 기존 통방문에 있던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점검하겠다는 표현으로 바꿨다.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6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 21개 점 가운데 3.25%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3.50%가 6개, 현 수준인 3.00%도 5개였다. 중간값은 3.25%다. 신 총재는 이번 연속 인상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기 위한 조치”로 설명했다. 채권시장이 오후에 방향을 튼 것은 이 조합 때문이다. 하나증권 박준우 연구원은 이날 시장 반응을 “‘인상’에 놀라고 ‘선제적’에 안심했다”고 요약했다.
인사이트
첫째, 오늘의 진짜 뉴스는 코스피 6,900이 아니라 금리를 올린 날 채권금리가 전 구간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교과서대로라면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 요인이다. 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은 시장이 오늘 받아든 정보가 “금리가 25bp 올랐다”가 아니라 “금리가 어디서 멈추는지에 대한 지도”였다는 뜻이다. 통방문에서 인상 기조 문구가 빠지고 점도표 중간값 3.25%가 제시되면서, 시장이 지난 한 달 지불하고 있던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걷혔다. 정책의 방향보다 정책의 끝점이 자산가격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오늘 하루에 압축돼 나타났다.
둘째, 그럼에도 이 강세를 추세 전환으로 읽으면 안 된다. 한은은 같은 날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3.3%로 0.7%포인트, 내년을 2.1%에서 2.9%로 0.8%포인트 올렸고 근원물가 전망도 두 해 모두 2.5%로 높였다. 성장과 수요측 물가를 동시에 상향한 중앙은행이 인상 사이클을 끝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점도표에도 3.50%가 여섯 개나 박혀 있다. KB증권은 11월 한 차례 추가 인상 뒤 3.25% 종료를,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3.50%를 최종금리로 본다. 키움증권이 연말 국고채 3년물 전망을 3.90%로 유지한 것은 오늘의 하락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늘 채권 강세는 안도 랠리이지 방향 전환이 아니다.
셋째, 성장률을 대폭 올리면서 단행한 인상이라는 점이 이번 금리 인상의 성격을 규정한다. 경기를 꺾기 위한 인상과 경기가 좋아서 하는 인상은 주식시장에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후자라면 기업 이익이 금리 부담보다 빠르게 늘어나므로 지수 자체는 견딜 수 있다. 실제로 오늘 코스피는 금리를 올린 날 1.53% 상승 마감했다. 대신 부담은 업종별로 재분배됐다. 전기·전자가 2.62% 오르는 동안 유통, 전기·가스, 음식료, 보험이 일제히 밀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큰 내수 업종과 배당 매력으로 사던 채권성 종목의 상대 매력이 먼저 훼손된다. 지수를 보고 “금리 인상이 증시에 무해했다”고 결론 내리면 이 이동을 놓친다.
넷째, 외국인의 5거래일 만의 순매수 전환은 금액보다 조건의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456억원 자체는 지난 일주일 6조원 순매도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던 이유의 상당 부분은 환헤지 비용과 원화 약세 우려였고, 오늘 한·미 금리차가 0.75%포인트로 좁혀지면서 그 조건이 개선됐다. 여기에 엔비디아 실적이 반도체 이익 사이클의 지속을 확인해줬다. 외국인 복귀의 필요조건 두 가지가 같은 날 채워진 셈이다. 다만 충분조건은 아직 아니다. 환율이 1,380원대에 머무는 것은 안정이지 강세가 아니며, 한은도 원화 수준이 펀더멘털 대비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다섯째, 개인의 이틀 연속 2조원 안팎 순매도는 이번 반등의 성격에 대한 가장 솔직한 투표다. 개인은 어제 2조2,468억원, 오늘 1조9,120억원을 팔았다. 엔비디아 호실적과 외국인 복귀라는 두 개의 호재가 겹친 날에도 매도 규모를 크게 줄이지 않았다는 것은, 개인이 6,900선을 새 출발점이 아니라 지난 급락 이전 물량을 정리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수가 오르는데 개인이 파는 구도는 반등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부담이지만, 매물 소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는 향후 상승의 저항선을 낮추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섯째, 회사채 시장의 온도차가 이번 긴축의 실물 비용이 어디에 쌓이는지 보여준다. 오늘 A0급 롯데건설은 500억원 모집에 3배 주문을 받았고 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연 4.85%로 4,000억원을 조달했지만, BBB0급 이랜드월드는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절대금리가 높아지면서 우량물에는 오히려 자금이 몰리고 저신용물은 소외되는 구조다. 기준금리 3% 시대의 부담은 지수나 대형주가 아니라 신용등급 아래쪽에서 먼저 나타난다. 단기물 중심으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같은 신호다.
앞으로 볼 것은 10월 금통위다. 신 총재는 10월 결정에서 물가와 명목 GDP가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즉 다음 인상 여부는 소비자물가 헤드라인보다 근원물가의 고착 여부와 명목 성장 경로에 달렸다는 뜻이다. 9월 초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와 2분기 확정 GDP, 그리고 가계부채·주택가격 지표가 그때까지의 판단 재료가 된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올릴 것인가”에서 “3.25인가 3.50인가”로 옮겨갔고, 그 답에 따라 오늘 채권시장이 선반영한 안도가 유지될지 되돌려질지가 갈린다.
출처
- 코스피, 엔비디아 호실적 vs 금리 인상에 1%대 오른 6912선 마감 [fn마감시황] — 파이낸셜뉴스
- 기준금리 3%로 올렸는데 국고채 금리는 전구간 하락…왜?[fn마켓워치] — 파이낸셜뉴스
- 기준금리 3%로 올렸는데 채권은 강세…’백투백 인상’에도 금리 하락[fn마켓워치] — 파이낸셜뉴스
- 금리 ‘2연속 인상’…성장률 3.3%로↑ — 헤럴드경제
- 신현송 총재 “10월 기준금리 방향, 물가·명목GDP 중요” — 헤럴드경제
- [속보]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3.0%…2회 연속 인상 — 머니투데이
- 한은, 기준금리 3%로 연속 인상 “관례 벗어난 조치···시장에 강한 시그널” — 주간경향
- [마감시황] 엔비디아 훈풍vs금리 인상 삭풍 힘겨루기…코스피 1.53%↑ —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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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DNE Stock project /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