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동향 — 2026년 8월 18일(화)

한 줄 요약

반도체 훈풍으로 장중 7,200선을 넘봤던 코스피가 국제유가와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매크로 역풍에 밀려 6,869.83으로 1.55% 하락 마감하며, 6거래일 만에 상승 행진을 멈췄다.

시장 현황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8.11포인트(1.55%) 내린 6,869.83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흐름은 정반대였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데 힘입어 지수는 오전 한때 7,216.62까지 3.42% 치솟았으나, 점심 무렵 하락 전환하며 전형적인 ‘전강후약’ 패턴을 그렸다. 코스닥은 더 크게 흔들려 30.45포인트(3.52%) 급락한 834.20으로 마감했다.

수급에서는 기관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849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7,312억원어치를 받아냈지만 지수 방향을 돌리지 못했다. 주목할 대목은 외국인이다. 오전 한때 1조1,000억원까지 확대됐던 순매수 규모가 종가 기준 8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으나, 어쨌든 5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는 지켜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2,240억원을 순매수해 방향성 자체는 유지했다. 코스닥에서도 기관이 4,164억원을 팔았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892억원, 367억원을 사들였다.

대형 반도체주의 하루가 이날 시장을 압축해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장중 4.92%까지 올랐다가 2.19% 하락한 26만8,5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장중 8.94% 급등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1.03% 상승한 166만2,000원에 그쳤다. 업종별로도 보험(2.60%)·운송창고(1.16%)·통신(0.05%)만 올랐을 뿐 IT서비스(-5.36%), 증권(-4.09%), 기계장비(-3.90%) 등 대부분이 내렸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5.10%), 에코프로(-6.94%), 에코프로비엠(-6.51%) 등 시총 상위 성장주가 무너졌고, 하락 종목이 1,288개로 상승 372개를 압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2원 내린 1,411.8원으로, 증시 급변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잠잠했다. 거래대금은 코스피 29조8,850억원, 코스닥 8조640억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18조4,682억원으로 여전히 과열에 가까운 수준이다. 통화정책 쪽에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7월 인상 이후 2.75%에 머물러 있으며, 오는 8월 27일 금통위에서 추가 25bp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배경

하락의 방아쇠는 국내가 아니라 바깥에서 당겨졌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9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5달러에 육박했다. 유가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7%를 훌쩍 넘어섰다.

더 무거운 변수는 국채금리의 국제적 연쇄 상승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지난주 프랑스 국채금리 급등이 그리스 등으로 확장되고, 이는 다시 미국에 이어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확대됐다”고 짚었다. 실제 일본 10년물 금리는 2.935%로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닛케이225는 2.54% 하락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인 배경이다.

반면 상승 출발의 근거였던 반도체 모멘텀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 AI 기업 앤스로픽의 실적과 성장 전망이 반도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고, 8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4% 급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의 진단대로 “메모리 투심은 우호적이나 국제유가와 시장금리 상승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하루였다.

인사이트

이날 장세의 핵심은 지수가 얼마나 빠졌는가가 아니라, 하루 안에서 고점 대비 4.8%포인트가 사라졌다는 변동성의 크기다. 장중 3.42% 상승에서 1.55% 하락으로 뒤집히는 진폭은 시장이 특정 서사에 과도하게 쏠려 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 증상이다. 지금 한국 증시를 지탱하는 서사는 명확히 하나, AI·메모리 슈퍼사이클이다. 수출 155% 증가라는 숫자가 뒷받침하는 만큼 이 서사 자체는 견고하다. 문제는 서사가 강할수록 포지션이 한쪽으로 몰리고, 서사와 무관한 외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는 점이다. 이날 유가와 국채금리는 반도체 이익 전망을 직접 훼손하지 않았음에도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두 번째로 눈여겨볼 것은 코스닥의 낙폭이 코스피의 두 배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금리 상승은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성장주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에코프로 계열과 알테오젠 등 실적보다 서사로 평가받는 종목이 6~7% 급락한 것은 시장이 금리 국면 전환을 실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글로벌 장기금리가 프랑스·그리스·미국·일본으로 도미노처럼 번지는 지금 국면에서, 성장주 프리미엄은 반복적으로 압박받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수급의 질에 대한 물음이다. 외국인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것은 올해 내내 한국 주식을 팔아온 흐름의 전환으로 읽히지만, 이날 오전 1조1,000억원에서 종가 860억원으로 급감한 매수 규모는 그 전환이 아직 확신에 근거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반면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2,240억원 순매수한 것은 현물에서 차익을 실현하면서도 방향성 베팅은 유지했다는 뜻으로, 상승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태도에 가깝다. 외국인 자금의 지속 여부는 앞으로 며칠간 현물 순매수가 유지되는지로 판별해야 한다.

환율의 침묵도 시사적이다. 유가와 미 국채금리가 동반 급등하면 통상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를 압박하지만, 이날 원/달러는 오히려 1.2원 내렸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달러가 원화 방어막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균형은 조건부다. 외국인 수급이 매도로 돌아서는 순간 유가·금리발 달러 강세가 환율에 그대로 전가되고, 이는 다시 외국인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된다. 1,410원대 안착은 안정이 아니라 취약한 균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앞으로 주목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이번 주 공개되는 미국 FOMC 의사록이 국채금리의 다음 방향을 결정한다. 둘째, 8월 27일 금통위다. 국제유가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다시 밀어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7월에 이어 추가 인상을 검토할 명분과 압력을 동시에 받는다. 기준금리가 3.0%로 올라설 경우 이미 금리에 민감해진 코스닥 성장주에 추가 부담이 된다. 셋째, 미국-이란 대치의 전개다. 유가가 90달러대로 올라선다면 그동안 반도체 실적이 상쇄해온 인플레이션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 요컨대 지금 한국 증시는 실적이라는 강한 엔진과 금리·유가라는 강한 역풍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구간에 있으며, 이날의 극단적 장중 반전은 그 대치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임을 예고한다.

출처

사진: Nataliya Vaitkevich /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