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호르무즈 해협의 미·이란 충돌과 뉴욕 3대 지수 하락에도 코스피가 1.40% 오른 7051.64로 33거래일 만에 7000선을 되찾았고, 개인의 2조원대 매도를 받아낸 주체는 자사주를 사들인 기타법인이었다.
시장 현황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7.12포인트(1.40%) 오른 7051.6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7000을 웃돈 것은 7월 23일(7096.89) 이후 33거래일 만이다. 지수는 6972.87로 출발해 장 초반 6968.06까지 밀렸다가 7112.48(+2.27%)까지 올랐고, 오후 들어 상승폭을 60포인트가량 반납한 채 마쳤다. 코스닥은 18.49포인트(2.28%) 오른 830.37로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며 이틀 전 위협받던 800선에서 한참 위로 올라섰다.
수급 구조가 오늘 장의 실체다. 기관이 941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2조2875억원, 외국인이 4350억원을 순매도했다. 세 주체 합계는 1조7800억원 넘는 순매도인데도 지수가 1.4% 올랐다는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매수 주체가 그만큼을 흡수했다는 뜻이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기타법인, 즉 자사주를 사들인 상장사 본인들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2개 종목, 378만4450주의 자기주식 매수 신청이 들어왔고 여기에 삼성전자 200만주와 SK하이닉스 65만주가 포함됐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가 3.51% 오른 185만6000원, KRX 반도체 지수가 2.88%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26만9500원에 보합으로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6.46%, 삼성전기가 2.48% 올랐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비엠(9.64%), 심텍(8.87%), 에코프로(7.03%), 주성엔지니어링(6.12%) 등 2차전지와 반도체 장비주가 동반 급등했다. 코스닥 수급은 코스피와 정반대여서 외국인이 2252억원을 순매수하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2145억원, 198억원을 팔았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9.5원 내린 1336.1원으로, 전날의 1345.6원에서 하루 만에 되돌렸다. 엔화도 163엔대까지 밀렸다가 7개월 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채권시장은 전날 국고채 3년물 3.876%, 10년물 4.362% 수준에서 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 국채 금리 상승을 함께 소화하는 국면이 이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8월 인상 이후 연 3.00%다.
배경
대외 환경은 오히려 나빠졌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돼 미군이 이란 유조선 5척을 격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박 통항 차질 우려가 커졌고, 전날 사우디 에너지 시설 피격에 이어 국제 유가가 다시 올랐다. 8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18%,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58%, 0.32% 하락했다.
이 악재를 상쇄한 것은 반도체 하나였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인텔이 9% 넘게 오른 데 힘입어 1.30% 상승했다. 한국 시장은 지수 전반의 하락이 아니라 이 섹터 신호만 골라 반영했다. 10일과 11일 발표되는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를 앞둔 관망세가 오후 상승폭 축소로 나타났다.
인사이트
오늘 지수의 성격은 상승률 1.4%가 아니라 그 상승을 누가 만들었느냐에 있다. 개인·외국인·기관을 합쳐 1조8000억원 가까이 순매도가 나온 장에서 지수가 오르려면 그만큼을 받아내는 주체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기업 자기자금이었다. 시장의 매수 주체가 투자자가 아니라 발행 주체 자신이라는 구조는 어제 지적한 개인 매물벽 문제에 대한 답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취약점이다. 자사주 매입은 공시된 한도 안에서 집행되는 유한한 자금이고, 배당이나 신규 자금 유입과 달리 새로운 투자 수요를 만들지 못한다. 7000선이 자사주로 방어된 선이라면, 그 방어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는 시장 심리가 아니라 기업들의 매입 잔여 한도에 달려 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위험 신호에 대한 시장의 반응 함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9월 2일 유가 충격에는 코스피가 4% 급락했고, 8일에는 장중 217포인트를 반납했다. 오늘은 유가가 더 오르고 지정학 리스크가 더 직접적으로 부각됐는데도 지수가 올랐다. 같은 성격의 악재가 반복 노출되면서 시장이 이를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내성은 단기적으로는 하방을 지지하지만, 위험 프리미엄이 실제로 낮아진 것이 아니라 반응이 무뎌진 것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 유가가 공급 차질로 실제 기업 원가에 반영되는 순간, 무뎌진 만큼의 조정이 한꺼번에 나온다.
환율과 코스닥의 조합은 어제와 정반대 그림을 그린다. 어제 원화 약세와 코스닥 급락으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빠지는 모습이 나왔다면, 오늘은 원화가 9.5원 절상되고 엔화까지 7개월 만에 강세로 돌아섰으며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2252억원을 순매수했다. 아시아 통화 전반의 강세는 달러 약세를 시사하고, 이는 외국인 자금 유입의 필요조건이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는 여전히 4350억원을 팔았다. 대형주는 팔고 중소형 성장주는 사는 이 손바뀜은 지수 레벨보다 개별 종목의 이익 모멘텀을 보겠다는 태도이며, 코스닥이 코스피 상승률을 1.6배 앞선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어제의 진단은 하루 만에 반대 방향으로 뒤집혔다.
앞으로 사흘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첫째, 미국 8월 CPI가 유가 상승분을 얼마나 담아내는가다. 여기서 물가가 튀면 오늘의 원화 강세와 아시아 증시 반등은 하루짜리 되돌림으로 끝난다. 둘째, 자사주 매입 강도가 유지되는지다. 개인 매도가 계속되는 국면에서 자사주 유입이 줄면 지수는 곧바로 7000 아래로 되밀린다. 셋째, 외국인의 코스피·코스닥 엇갈린 수급이 순환매의 시작인지 대형주 이탈의 신호인지다. 코스닥의 하루 2% 상승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고, 830선이 며칠 유지되는지를 봐야 한다.
출처
- 33거래일만에 칠천피 회복…미 물가 발표 앞두고 수급 손바뀜 – 머니투데이
- [스팟] 코스피 97.12포인트(1.4%) 오른 7051.64 마감 – 머니투데이
- [스팟] 코스닥, 18.49포인트(2.28%) 오른 830.37 마감 – 머니투데이
- 코스피, 개인·기타법인 매수에 7000돌파 – 머니투데이
- 원/달러 환율, 9.5원 내린 1336.1원 – 머니투데이
- [공시] 9월 9일, 코스피 상장사 42개 종목 자사주 매수 신청 – 뉴스티앤티
- 코스피, 기관 9000억 매수에 7050선 마감…코스닥 2.28%↑ – 파이낸셜뉴스
- 1% 넘게 오른 코스피, 두 달 만에 7000대 마감 – 아시아경제
- [마감 시황] 코스피,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에 7,000선 탈환 – Businesskorea
- 163엔 찍었던 엔화, 7개월 만에 강세 전환…자산 전략 바뀐다 – 머니투데이
- 기름값 어쩌나…미군 이란 유조선 5척 격침, 미사일 공격 대응 – 머니투데이
사진: Vlada Karpovich / Pexels